다원적인 위험이 인류와 세계 경제를 이토록 위협하는 시대는 없었다!
“팬데믹 시대 한국 경제에 리셋이 필요하다 ”
왜 이 시기를 주목해야 하는가?
역사적으로 2020년대와 같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한꺼번에 맞물려 큰 변화를 초래한 시대는 드물다. 미중무역갈등과 유례없는 팬데믹에 기후 변화까지… 이 시대는 긴 역사 속에서도 격동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혼돈스러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통찰하고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본다.
ㆍ2020년대 세기적 대전환기
ㆍ탈세계화 시대, 혼란의 글로벌 가치 사슬
ㆍ생산·유통·소비 전반을 뒤바꾸는 디지털 혁명
ㆍ신냉전, 미국과 중국의 갈등
ㆍ블랙홀에 빠진 금융정책과 정부의 역할
ㆍ포퓰리즘과 부족주의 정치
ㆍ헬리콥터 머니, 축복인가? 재앙인가?
ㆍ자산 인플레이션, 돈값이 헐값인 시대
ㆍ대한민국 대도약 시나리오
프롤로그
1부 2020년대, 세기적 대전환기
ㆍ100년 만의 ‘대전환’
ㆍ코로나19의 충격, 역사적 분수령
예고되었으나 외면된 재앙
코로나19와 사스의 차이점
ㆍ팬데믹 위기는 다시 온다
다음 팬데믹에 대한 준비
The Great Lock down, 경제적 충격
부와 감염의 역진성
팬데믹은 언제 끝날 것인가?
ㆍ인류의 생존과 기후변화
1.5°C 유지로 지구를 구하자!
겉도는 파리기후변화협약과 탄소세
한국, 기후변화 후진국
ㆍ새로운 세상, 디지털혁명
무어의 법칙 시대는 끝났다
데이터+알고리즘+네트워크+클라우드+디지털 하드웨어
디지털 혁명의 새로운 도약, 융복합 전환시대
ㆍ2020년대가 위기의 시대인 이유
대응력 상실의 위기
2020년대 시대 과제의 특징
코로나19의 교훈
2부 체제 혼돈의 시대
ㆍ미국, 세계의 경찰에서 포식자로
아메리칸 퍼스트가 남긴 상처
트럼프는 가도, 트럼피즘은 남는다
바이든 시대?
2020년대 혼돈의 세계
ㆍ신냉전시대? 미국과 중국의 갈등
냉전과는 또 다른 양상의 신냉전
대중국 강경론은 워싱턴 컨센서스
미국의 기대와는 다른 움직임, 중국몽
바이든 시대의 대중 정책
ㆍ탈세계화 시대, 혼란의 글로벌 가치 사슬
메이드 인 월드
GVC, 세계 무역의 2/3 차지
탈세계화의 역풍, 상품 교역의 침체
각자도생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
보호무역주의와 저성장 시대
글로벌 가치 사슬과 국익의 충돌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
ㆍ양극화로 망가진 자본주의
빈익빈 부익부의 원인
하나의 미국, 두 나라
코로나 팬데믹, 양극화의 가속화
ㆍ위기의 민주주의, 포퓰리즘과 부족주의 정치
냉전 종식 이후 30년
포퓰리즘의 등장 배경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한다면?
기득 중도주의 정당의 신뢰 상실
포퓰리즘, 무엇이 문제인가?
코로나19는 포퓰리즘을 촉진한다
길을 잃은 세계, 혼란의 시대로
3부 긴 겨울이 온다
ㆍ헬리콥터 머니, 축복인가, 재앙인가?
부채 쓰나미의 지속 가능성
좀비기업의 위협
막대한 부채의 대가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기, 현대통화이론
ㆍ더 혹독한 세계 금융위기
거품 과잉 위기론
금융위기 위험 요소
이번에는 다르다
좀비기업과 채권시장의 위험
ㆍ장기침체 시대
블랙 홀에 빠진 금융정책
재정정책의 역할에 주목
ㆍ자산 인플레이션 시대
돈값이 헐값인 시대
자산 인플레이션은 구조적 현상
미국을 보면 한국의 10년 후가 보인다
4부 융합혁명 시대의 세계 산업 재편
ㆍ2020년대 뉴 패러다임
Zuna의 시대
디지털화의 가속화
친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시장가치 평가의 ‘뉴노멀’
활발한 변화, 산업구조의 혁신
불확실성의 세계, 소비·투자·고용의 변화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부 역할 증대
비대면 수업, 위기의 교육산업
글로벌 가치 사슬의 변화
그레이트 리셋
ㆍ세계 산업 재편
장기 저금리가 혁신의 동력
테슬라의 ‘Price Dream Ratio’
격동하는 세계 자동차 산업
바이오·제약·핀테크
ㆍ반도체 시대
반도체 산업의 재편
디바이스와 칩의 대결
인공지능과 엣지 컴퓨터의 일반화
데이터 경제의 출현
‘무어의 법칙’의 저주
ㆍ기술국가주의와 한·미·중·일의 산업 재편 전쟁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
반도체 전쟁
중국 반도체 굴기, 가능할까?
동북아 산업 주도권 경쟁
한·일 간 공급 사슬과 무역 분쟁
5부. 절망의 대한민국
ㆍ정부주도 부채주도 저성장 경제
가계소비 증가 부진 고착화 우려
부채로 지속하는 경제, 성장잠재력 잠식
잠재성장율 2% 시대가 왔다
ㆍ제조업 위기, 답이 없는 서비스업
세계 공산품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
제조업 투자 부진
대형 제조업체 진입 감소
기업생태계 악화
일본 제조업 몰락의 교훈
중소 제조업체의 악순환
숙박·음식점업 개업 1년 내 40% 폐업
ㆍ세상에서 가장 빨리 늙어 가는 나라
2020년 인구 정점
합계출산율 더 낮아진다
ㆍ부동산 장기침체가 온다
24번의 정책 실패, 끊어진 희망의 사다리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
다가올 재앙, 2025년부터 주택 초과공급
6부 희망의 대한민국
ㆍ2021년 엿보기, 여명의 고통
‘겨울 12월 새벽 1~3시 소’만큼 고통스러운 해
코로나 팬데믹은 언제 끝날 것인가?
GDP 성장율 2% 중반, 체감경기 호전은 언제?
신축년은 대전환을 준비하는 해
ㆍ통합·미래지향·실용의 지도력
국력을 재조직화하는 ‘통합의 리더십’
과거지향적인 통과의례보다는 ‘미래지향적 리더십’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주의 리더십’
국민을 하나로 묶는 ‘공동선의 리더십’
ㆍ대한민국 대도약 시나리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기회
세계 지정학적 구조 변화
대만 사례의 시사점
10년 후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대도약을 위한 준비
ㆍ대한민국 리셋 방향
외환위기 극복의 교훈
이스털린의 역설, 성장보다 포용이 중요
정치가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한다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길, 구조개혁
ㆍ대한민국 리셋 전략
정치를 개혁하라
공동선을 정립하라
복지 시스템을 재정비하라
경제 생태계를 쇄신하라
에필로그 천천히 멀리 보고 생각하기
저자 : 김동원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화폐금융을 공부했다. 수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2000년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세상 살피는 일을 익혔다. 2004년 11월부터 2007년 말까지 KB국민은행 부행장으로 현장을 경험했으며, 2008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일했다. 2010년부터 2년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시사경제를 강의했다. 50여 편의 논문과 《금융 기업 구조조정 미완의 개혁》(박영철· 박경서 공저, 2000), 《화폐금융과 경제활동》(김기화 공저, 2003),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2016)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2018) 등의 저서가 있으며, 중앙일보에 《김동원의 이코노믹스》를 연재하고 있다.
만약 2020년대가 100년만의 세기적 전환기라는 가설이 타당하다면, 세기적 전환기는 개인과 한국의 미래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역사의 교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가 반복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사의 대가인 홉스봄(Eric Hobsbawm)이 지적한 것처럼 역사는 언제나 역사가들의 예상 이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945만 명의 전사자를 가져왔던 참혹한 1차 세계대전을 치른 1919년 당시 유럽인들이 10년 후에 대공황이 일어나고 10년 후에 더욱 참혹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7 더구나 2020년대 대전환의 양상은 동시다발적이고 다양한 요인들이 엉켜 상호작용함으로써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전망하기 더욱 어렵다. 과연 역사는 100년만의 대전환기라 할 수 있는 2020년대에 어떤 놀라운 전개를 보여줄 것인가?
--- 「100년 만의 대전환」 중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디지털혁명은 디지털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 · 유통 · 소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통해 여론 형성, 정책 결정, 입법 전반에 걸쳐 정부의 행정과 정치 행태도 바뀌고 있다. 즉, 디지털혁명의 특징은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종래의 선형적 기술혁신을 넘어서 정보, 통신, 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의 기술혁신이 산술급수적인 혁신이었다면, 디지털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을 통한 기하급수적이고 융합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디지털혁명은 20세기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인공지능과 로봇과 사물인터넷과 연결함으로써 인더스트리 4.0으로 재구축되고 있으며, 개인 생활은 물론 경제 · 사회 · 정치 전반에 걸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디지털혁명과 데이터 경제가 경제 · 사회 · 정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가속화되고 있다.
--- 「새로운 세상, 디지털혁명」 중에서
안보적으로는 2001년 9 . 11테러 사태로,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실업이 증가하면서 국내의 고통이 증대함에 따라 미국은 더 이상 세계 평화와 번영의 수호자로서 관용과 너그러움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더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의 상처가 심화되었으며, 그 결과 중산층이 와해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시장의 패자가 양산되었다. 미국 상위 10%의 소득비중은 1980년 10%에서 2016년 20%로 높아진 반면에 같은 기간 하위 50%의 소득비중은 20%에서 13%로 낮아졌다. “왜 트럼프 대통령은 탈세계화 정책을 단행하고 있는가?”라는 조사(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은 클린턴 후보 지지자들보다 “생활이 과거보다 어려워졌으며, 다음 세대의 미래도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현저하게 높았다. 즉, 트럼프 지지자들이 클린턴 지지자들보다 미국의 장래에 대해 훨씬 더비관적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기조의 변화를 넘어선 특단의 정책이 필요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희생양으로 중국 제재와 탈세계화 노선을 선택했다. 그리고 미국 외교의 전통적인 다자주의와 글로벌리즘으로부터 이탈하여 ‘아메리칸 퍼스트’ 노선으로 궤도수정을 선언했다.
--- 「탈세계화 시대, 혼돈의 글로벌 가치 사슬」 중에서
지난 30년간의 글로벌리즘 시대는 대중들의 고통과 분노로 끝나가고 있으며, 그 반작용으로 대중들은 포퓰리즘에서 위안을 찾고 자본주의를 공격하고 있다. 상실감에 빠진 대중들에 대한 사회경제적 압박은 앞으로 더욱더 가중될 것이며, 그럴수록 포퓰리즘은 더 득세하고, 정부가 합리적인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제 세계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우아한 정책은 유럽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그렇다면 세계의 다음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찾기까지 우리는 2020년대 혼란의 시대를 인내하며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위기의 민주주의, 포퓰리즘과 부족주의 정치」 중에서
증권시장의 장기상승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상황이라면 증시 활황이 멈출 이유는 없다. 금융시장 내부적으로는 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를 발발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바로 저금리와 넘치도록 유동성을 공급해왔던 통화정책의 기조변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1월 초와 2021년 1월 초를 비교해보면, 다우산업지수는 78% 상승했으며 통화지표 M2는 53,3%, 국채(10년 만기) 수익률은 52% 하락했다. 다우산업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이면에는 기술주 중심의 시장구조 개편과 기업 실적 개선도 작용했으나 유동성과 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 효과도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증권시장의 위기를 초래할 만큼의 하락 원인은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실물경제 회복이 크게 부진할 경우다. 둘째,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할 경우다. 셋째, 긴축으로 통화정책이 전환될 경우다
--- 「더 혹독한 세계 금융위기」 중에서
‘주나(Zuna)’는 코로나 시대의 생활양식을 줄인 신조어로 줌 콜을 끄고, 우버 이츠에 저녁 식사를 주문하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시청하고,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는 것으로, 바로 재택근무자의 일상을 압축한 단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조사에 따르면 원격근무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주로 인적 자본에 의존하는 고학력 또는 전문직 근무자들 중심으로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 이상의 노동력이 일주일 5일 근무 중 3일은 원격근무를 할 것이며, 이 경우 재택근무자의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여 3배 내지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근무자 또는 재택근무자 증가는 교통·도시 경제·소비자 지출 등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도심의 대형 사무실 수요가 감소하여 대형 사무용 빌딩의 가격 하락을 가져올 것이며, 통근용 자동차 수요가 대폭 감소할 것이다. 또한 패션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정장을 대신한 간편복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 「2020년대 뉴 패러다임」 중에서
2015~2019년 동안 7대 신기술 분야(인공지능, 로보틱스, 사이버 보안,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증강현실)에 대한 세계 벤처 투자액은 급증했다. 한편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 중국 · EU의 R&D 지출규모는 2000년대에 들어 지속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산업 내부적 구조혁신 요인이 성숙한 시점에서 언택트와 친환경으로 집약되는 코로나19의 충격이 가해짐으로써 주요 산업의 구조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각 산업에서 구조혁신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다투는 경쟁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한 것은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 다툼, 대만 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 고조, 한국과 일본 간의 통상 마찰 등 국제정치적 요소들이다
--- 「‘융합혁명 시대의 세계 경제 개편」 중에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사업 모델별로 살펴보면, IDM(종합반도체업체)의 51%, 팹리스(Fabless) 시장의 65%,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Pure-Play Foundry) 시장의 10%, 장비시장의 40%,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와 장비 생산에서는 압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반도체 제조에서는 세계 5위로 추락했다. 2001년 세계에는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제조업체가 30개 가까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갈수록 어렵고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25센트 동전 크기의 면적에 10나노 기술로 20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쌓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제조업체는 타이완, 한국, 미국 3개국만 남았다.
--- 「반도체 시대」 중에서
왜 이 시기를 주목해야 하는가?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세계 지도력 혼란,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 기술 국가주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팬데믹 이후 10년을 통찰하다
선진국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골몰했던 2010년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던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으로 G1 국가인 미국의 위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 경찰의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함으로써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혼란에 빠졌다. 양극화로 중병이 든 자본주의와 부족정치로 갈라진 각국의 정치판도 부족해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까지 인류를 위협하면서 2020년대를 향한 세계는 혼돈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생활 곳곳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의 융복합시대로 돌입하게 했다. 도대체 우리의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시대를 사는 누구라도 한번쯤 가졌을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시대에 대한 통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2020년대 세기적 대전환기의 뉴 패러다임
1918년 6월 하순에 시작하여 1919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시 5억 명의 감염자와 2,000만에서 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만들었던 ‘스페인 독감’이 일어난 지 꼭 100년 만에 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10일 기준 1억 3,472만 명의 감염자와 292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계속되고 있다. 100년 만에 세계적 유행병이 재발했다는 사실만으로 2020년대가 100년만의 대전환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사학자 폴라니가 1920년대와 1930년대를 총체적으로 ‘거대한 전환’이라고 지칭했던 국제정치 판도를 비롯한 세계를 움직이는 틀의 전환과 비슷한 양상이 2020년대에 분명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기적 전환기라고 할 만하다.
첫째, 국제정치적으로 100년 전 팍스 브리태니카(Pax-Britanica) 시대가 끝나고,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 주도권의 혼돈기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100년 전 영국의 경제력 쇠퇴와 독일의 경제력 확대가 진행되었던 반면에 202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중국의 경제력이 팽창하는 이른바 G1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셋째, 국제금융 측면에서 1910년대는 금본위제의 붕괴가 진행된 시기로 금본위제의 붕괴는 1929년 대공황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100년 전 파운드 중심의 세계금융체제 붕괴가 진행되었던 반면 202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해왔던 달러 중심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넷째,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을 비롯하여 자국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그 결과로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구조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충격으로 평가되는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IMF는 세계 경제가 이 충격을 극복하는 데 2020년대의 상당한 시간을 소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째, 각국의 정치 흐름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시즘(1922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1933년 독일의 히틀러)이 일어났다. 2020년대에는 영국의 브렉시트(2016년)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출현(2017년)으로 대표되는 대립과 갈등의 정치(정치적 부족주의)가 세계적으로 만연함에 따라 민주주의의 강점인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정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섯째, 100년 전 기술적으로는 산업동력이 증기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기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여 2020년대는 기계의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 나아가 ‘데이터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탈세계화 시대, 혼돈의 글로벌 가치 사슬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어느새 세계의 포식자로 변모했다. 2020년대 미국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붕괴하고 있는 기존 중심세력이 자구책으로 요구하는 ‘아메리칸 퍼스트’와 새로운 세력이 원하는 ‘세계 지도력’이 계속 충돌하면서 2020년대 미국의 세계 전략이 심각한 혼란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대 미국의 혼란은 곧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를 잡을 ‘세계의 경찰’이 없는 세계의 혼란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인 충격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악화되고 있으며,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미·중 간의 무역마찰 이면에 시장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 간의 체제 마찰을 넘어서 세계의 정치경제 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소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 양상은 ‘신냉전(The New Cold War)’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애플사가 발표한 〈2020년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2018년 45개국의 1,04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상위 200개 공급기업의 국적은 대만 46개, 중국 41개, 일본 38개, 미국 37개, 한국 13개이며, 생산에 참여한 공장은 809개로 중국 380개, 일본 126개, 미국 65개, 대만 54개, 한국 35개다. 놀랍게도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 불구하고 애플의 공급 사슬에 있어 중국 의존도는 2018년 더 높아졌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의 공장이 9개, 삼성SDI 공장이 5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 애플의 아이폰은 과연 어느 나라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조사(IHS마킷)에 따르면, 아이폰X의 경우 소매가격 1,200달러 중 부품비용은 370달러이며, 부품 중 단일비용으로 가장 큰 부품은 액정화면이다. 이 액정화면 값 110달러가 삼성 디스플레이에 지불되며, 부품비용의 가장 큰 몫은 일본 기업들에 돌아간다. 아이폰은 최종적으로 중국의 폭스콘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지만 폭스콘이 받는 조립비용은 제조비용의 6%, 제품가격의 2%에 불과하다. 애플사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애플사의 제품들은 애플사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만든 제품이다. 애플의 사례와 같이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해 중간재의 형태로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상품들은 특정한 하나의 나라 제품이 아니라 ‘Made in the World’다.
하지만 글로벌 가치 사슬은 정치·경제적으로 역세계화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으며, 그 결과로 세계 무역은 위축되고 세계 경제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가치 사슬이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는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 만큼, 글로벌 가치 사슬은 다소 위축되더라도 여전히 세계 무역의 중심축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세계화의 틀과 각국의 국내정치 간의 충돌이 진행되는 국면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수록 외국인 직접투자는 각국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와 직면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국내 정치를 우위에 두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훼손하는 국가는 산업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함으로써 경제적 국익을 잃을 것이며, 반면에 정치가 글로벌 가치 사슬과 국내 문제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참여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 치열한 기술경쟁
인터넷 이용자 수는 1994년 300만 명(대부분 미국)에서 1998년 1억 명을 돌파하여 2004년 10억 명, 2010년 20억 명, 2015년 30억 명, 2019년 40억 명으로 급증했으며, 전 세계 인구가 구글 서치와 유튜브를 하루 1건 이용하고, 이메일을 33건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생활하고 생산하며 세상과 교류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변했다. 1960년대 컴퓨터로 시작하여 1990년대 인터넷, 2007년 이후 스마트폰, 현재의 데이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기술적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이 변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생산하고 교류하는 정보의 양과 내용의 혁명을 가져왔으며, 그 결과 현재 이른바 ‘데이터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디지털 혁명은 디지털 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통해 여론 형성, 정책 결정, 입법 전반에 걸쳐 정부의 행정과 정치 행태도 바뀌고 있다. 즉, 디지털 혁명의 특징은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종래의 선형적 기술혁신을 넘어서 정보, 통신, 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의 기술혁신이 산술급수적인 혁신이었다면, 디지털 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을 통한 기하급수적이고 융합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급격히 특히 재택근무와 비대면 위주의 교육방식 전환은 직접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의 폭발적인 수요를 가져왔다. 파생적으로 인공지능(AI) · 가상현실(VR) · 증강현실(AR)의 수요도 증대시켰다. 한편 친환경 트렌드는 전기무인자동차 개발을 가속화했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는 AI, 5G, 신경지능 반도체, 엣지 컴퓨터의 발전을 융합하여 성큼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전기무인자동차 개발은 공기오염을 막아 기후변화를 예방하는 최고의 친환경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장 자동화와 로봇의 사용이 증가함으로써 소위 ‘인더스트리 4.0’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공지능의 사용이 가전제품과 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됨에 따라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과 종류가 급속하게 증대했으며, 증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또 클라우딩 수요가 늘어났다.
최종적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를 초래했다. 세계적으로 2019년 대비 2020년 노트북 판매량은 22.5% 증가했으며, 수요가 정체되었던 개인용 컴퓨터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최고 성장률인 4.8%, 반도체 매출은 2019년 0% 증가율에서 2020년 4.4% 증가하고 2021년 6.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업체의 매출은 23.7% 증가했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으로 친환경에 대한 의식이 커지면서 전기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는 43%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은 기존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확산시키며 세계 산업 재편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첨단 기술산업의 발전이 촉진됨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국가 간의 경쟁은 세계의 산업지도를 재편하고 있다.
위기의 민주주의, 포퓰리즘과 부족주의 정치
냉전 종식 이후 30년 동안 자본주의는 세계화를 통해 양극화를 초래했다. 기존의 정치권이 시장경쟁의 실패자들의 고통을 방치한 결과 대중들은 포퓰리즘에 반응하게 되고 포퓰리즘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복합 위기를 반영하는 시대적 과제로 몇몇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로 촉발된 냉전 종식 이후 세계는 자본주의 독주 체제로 30년을 보냈다. 또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대불황 이후 10년이 지났다. 그 결과 세계의 정치와 경제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는가? 가장 주목할 만한 정치적인 변화는 포퓰리즘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정당들이 대중들의 지지를 얻게 된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1990년 소련의 붕괴 이후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로 등장한 세계주의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심각한 양극화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일자리와 소득을 잃은 패자가 양산되었으며, 소득 불균등 정도는 지난 30년 이래 최고로 악화되었다. 더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는 대중들의 생활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했다. 대표적으로 EU의 실업률은 2007년 7.5%에서 2013년 11.4%까지 상승했으며, 2017년 8.1%로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둘째,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의 사회적 의지처 역할을 해왔던 노조와 교회가 크게 위축된 한편 기득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노동자 계층들 간에는 정치와 사회로부터 ‘버려졌다’는 상실감과 불만이 팽배해졌다. 셋째, 기술적으로 사회미디어 플랫폼의 발달로 개인이 쉽고 빠르게 다수 대중들과 견해를 공유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코로나 펜데믹이 포퓰리즘의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2020년대를 통해 예상되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충격들에 대하여 각국의 정치가들은 결국 포퓰리즘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치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각국의 상황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다음 예상되는 결과는 무엇인가? 각국의 포퓰리즘 정치를 충족하기 위한 자국 이익 위주 정책은 결국 국제적 불안정성을 높일 것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답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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