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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게이먼은 누구나 인정하는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계관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북유럽신화』부터 DC코믹스의 그래픽노블 『샌드맨』, 아이들을 위한 기괴한 동화 『코렐라인』, 영국의 전설적인 텔레비전 드라마 [닥터 후], 에미상 후보에 오른 미국의 드라마 〈미국의 신들〉까지,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은 그의 이런 놀라운 창작의 원천이 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닐 게이먼의 글에 영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리델이 그림을 더해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보다 직관적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형태로 전달한다.
첫 번째 장에서는 총과 생각의 전투에서 결국 생각이 승리한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으며, 두 번째 장에서는 왜 우리의 미래가 책 읽기와 도서관, 사서에 달려 있는지 이야기한다. 아무 책이나 마음껏 뽑아볼 수 있는 도서관과 여덟 살짜리 닐 게이먼을 존중해준 사서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자신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어서 그는 글쓰기를 의자 만들기에 비유해 설명한다. 영감은 지평선 부근 먼 곳에서 번쩍이고 우르릉거리지만 도무지 손에 닿지 않아 괴롭기만 하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라디오를 들으며 의자를 조립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작가의 삶, 글 쓰는 과정의 전반을 비유적으로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은 닐 게이먼이 예술가의 길에 접어든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충고를 전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표현하라 격려한다. 그리고 기왕 하는 거 자신만의 예술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격려는 뭔가 결이 다르다. 이 세계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과거 일했던 경험을 요구하는데, 이런 경우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면서 어려운 일이 닥쳐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보고 그대로 따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를 떠받드는 단 하나의 생각이 있다. ‘좋은 예술을 만들자’는 것, 오직 그것만이 모든 예술가들의 목적이며 가치라고 역설한다.
저 자 : 닐 게이먼
그 림 : 크리스리델
영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옵저버〉, 〈리터러리 리뷰〉, 〈뉴 스테이츠맨〉 등의 매체에 정치 만화를 기고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아동문학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영국 워터스톤 아동문학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가장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분야는 역시 일러스트다. 유네스코 프라이즈, 그리너웨이 메달 등 다수의 일러스트 관련 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2015년 헤이페스티벌에서는 그를 일러스트 부문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치하하기도 했다.
역 자 : 유 소 영
전문 번역가.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했다. 존 스칼지의 《무너지는 제국, 앤 클리브스의 《하버 스트리트》, 존 르카레의 《나이트 매니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전담으로 번역했으며, 퍼르티샤 콘웰의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법의관》, 《하트잭》, 《시체농장》,《데드맨플라이》 그 외에 리처드 모건 《얼터드 카본》, 딕슨 카 《벨벳의 악마》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나는 인간과 책, 신문이 생각의 그릇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릇을 불태워봤자 소용없다.
신문보관소에 화염병을 던지는 것처럼
이미 한 발 늦은 것이다.
언제나 한 발 늦는다.
생각은 이미 퍼져서 사람들의 눈 뒤에 숨은 채
생각으로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속삭임으로.
한밤중 벽에 끄적인 낙서로.
그림으로.
--- p.20
도서관은 자유의 공간이다.
독서의 자유, 생각의 자유, 소통의 자유.
도서관은 교육의 공간, 즐거움의 공간이다.
안전한 장소를 만들고 정보를 습득하는 공간이다.
--- p.48
오늘 나는 원고를 쓰려 했다.
이야기는 까마득히 먼 곳에서 치는 천둥처럼
반짝이고 우르릉댔으나
회색 지평선에 머물러 있다.
이메일을 쓰고, 서문도 쓰고, 책도 써야 한다.
한 나라와 여행, 신념에 관한 '빌어먹을' 책을 한 권 써야 한다.
나는 쓰기 위해 여기 있다.
--- p.70
예술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할 때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이건 좋은 일이다.
자기가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규칙을 알고, 무엇이 가능한지,
무엇이 불가능한지 안다.
당신은 모른다. 알아서도 안 된다.
예술 분야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가를 정하는 규칙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경계선을 탐색하고
그 한계를 넘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당신은 할 수 있다.
--- p.106
나는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를 배웠다.
모험처럼 느껴지면 무슨 일이든 하려 했고,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만뒀다.
삶을 일처럼 느끼지 않았다는 뜻이다.
--- p.123
꼭 벌거벗고 길을 걷는 듯 느껴지는 순간,
심장과 머릿속, 내면, 나 자신을
너무 많이 드려냈다고 느끼는 순간.
어쩌면 그 순간이야말로 당신이 올바른 길을
걷기 시작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 p.167
최근 누군가가 어려운 일을 앞두고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내게 조언을 구했다.
오디오북 녹음과 관련된 일이었다.
나는 그냥 당신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척하라고 말했다.
일을 하는 척하라는 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척하라고.
그녀는 내 이야기를 적어 스튜디오 벽에 붙였고,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현명해져라.
세상은 더 많은 지혜를 필요로 한다.
현명해질 수 없다면 현명한 사람인 척하고,
현명한 사람이 할 것 같은 행동을 하라.
--- p.188 --- p.188
닐 게이먼의 시행착오,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를 배우다
- 제대로 가고 있는지 멈춰 서서 돌아보라
- 모험처럼 느껴지면 해라
- 일처럼 느껴지면 멈춰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닐 게이먼이지만, 그가 번듯한 대학을 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기 위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당시에는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맨몸으로 세상으로 나아가 부딪혔고 오직 쓰고 또 썼다. 글을 써서 먹고살기로 작정한 그는 먼저 저널리스트가 된다. 그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본문에 맞게 질문을 던지고 그걸로 글을 썼다. 글로 먹고 살 생각이었기에 잘 써야 했다. 경제적으로, 명료하게, 그러면서도 마감에 늦지 않게 글을 쓰는 훈련을 했다. 닐 게이먼은 자신이 이야기한 대로,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를 배웠다. 그리고 점차 만화와 소설, 시나리오를 하나씩 하나씩 써내려갔다. 가끔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면 잠시 일을 멈추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돌이켰다. 글을 써서 집세를 내고 샌드위치를 사먹는 목표, 그 산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물론 그도 돈을 목적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돈을 목적으로 한 글쓰기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돈을 못 받는 일이 많았다. 결국 닐 게이먼은 돈만을 목적으로 한 글은 쓰지 않기로 한다. 돈을 목적으로 글을 썼다가 돈을 받지 못하면, 그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닐 게이먼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글쓰기에 매진한다. 흥미진진해 보이고 세상에 나오면 어떨까 싶은 것들을 상상하고, 모험하듯 글을 썼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고 스스로에게 남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시행착오의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를 배웠다.
닐 게이먼은 모든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흥미진진한 일, 나를 들뜨게 하는 일을 찾아라. 마음껏 상상하라. 그리고 쓰고, 그리고, 짓고, 연기하고, 춤추고 살라”고 격려한다.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스토리텔러
오늘의 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
- 총과 생각의 싸움에서는 언제나 생각이 이긴다
- 도서관과 사서, 책 읽기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 우리는 아이들에게 읽기와 읽는 즐거움을 가르쳐야 한다
이런 글쓰기 과정이 오늘날의 닐 게이먼을 만든 힘이었다. 그럼 그는 어떻게 생각을 키웠으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 작은 책의 맨 앞부분에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드러낸다. 글을 써서, 혹은 창조적인 예술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표현의 자유와 독립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닐 게이먼 역시 자신의 신념으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마음껏 표현할 자유를 무한히 긍정한다. 생각의 옳고 그름은 상관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을 뿐이다. 또 누군가가 사람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억압한다 해도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결코 억누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신념’이라 말하는 이 부분은 그가 하는 ‘창작’이라는 행위들의 토대가 되는 생각이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 이것이 그가 자유롭게 생각을 뻗어나갈 수 있게 지탱해주는 기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장에서 도서관과 사서, 공상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참으로 뜬금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닐 게이먼, 자신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그가 여덟 살짜리 어린아이였을 때, 마음껏 도서관에 있는 책을 뒤지고 닥치는 대로 읽어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준 도서관과 모든 책을 편견 없이 대하는 마음을 가졌던 사서에 대한 감사이면서 자신의 상상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 도서관 그곳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고 소통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단절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한다. 우리 아이에게 읽기와 읽는 즐거움을 가르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교양 있는 시민을 기르는 방법인 동시에 과거와 소통하고 지식을 쌓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닐 게이먼, 그가 꿈꾸는 세상은 아이들이 책을 읽는 세상,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세상, 그리고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 창작을 하는 이유다.
세상이 더 흥미로운 곳이 되도록
좋은 예술을 만들자
- ‘실패의 문제’와 ‘성공의 문제’를 대비하라
-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
- 당신만의 예술을 하라
저자는 글쓰기를 ‘의자 만들기’에 비유한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기간, 혹은 과제물을 내야 할 때 갑자기 보지도 않던 드라마가 재미있어지고, 청소나 설거지 따위에 열을 올리는 경험 말이다. 저자 닐 게이먼은 원고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한가로이 라디오를 들으면서 의자를 조립하는 걸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빗대어 보여준다. 밑판과 등받이를 조립하고 나사를 끼우는 과정, 조립 설명서에 따라 하나씩 조립해가는 과정을 글쓰기와 비교한다. 의자 만들기와 마찬가지로 글 쓰기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힘든 작업이다. 그러면서 ‘책은 한 사람씩 사서 읽고 스툴이나 발판사다리로 책을 사용하지 말라’고 유쾌하게 경고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글쓰기를 미루고 그렇게 만든 의자에서 크게 넘어지는 닐 게이먼의 모습이 왠지 글쓰기의 본질이라는 느낌이 든다.
글쓰기를 포함한 예술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다. 이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실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거리, 돈, 인정, 사랑 모두 편지를 빈병에 넣어 무인도에서 파도에 띄우는 거나 마찬가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얼굴이 두꺼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운 좋은 소수만 겪게 될 ‘성공의 문제’도 경고한다. 모든 것을 하겠다고 덤벼들어서는 안 되는 지점이 온다고. 그때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즐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기에 더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이건 행운이 따라야 가능한 것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려면 우선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흥미롭고, 놀랍고, 찬란하고,
환상적인 실수를 하라.
규칙을 깨뜨려라.
당신이 존재함으로써
세상이 더 흥미로운 곳이 되도록
좋은 예술을 만들어라.
-190쪽에서
벌거벗고 길을 걷는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라. 그 순간이 바로 당신이 크리에이터로서, 창작자로서 ‘좋은 예술을 만드는 순간’이다. 상상하라. 그리고 모험하듯 써라. 그럼 미래는 여러분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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