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처럼 과거 선진국이었던 현재의 후진국을 다스리기는 어렵다.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좋은 제도와 가치, 자부심과 역사가 타인의 통치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하드파워’로 공략을 했다 하더라도 ‘소프트파워’ 부분에서 도저히 공략이 불가능할 경우라면 차라리 ‘소멸시키라’고 주장한다. 로마가 지중해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뤘던 카르타고를 소멸시킨 것처럼. ---「제5장. 무장한 예언자가 승리한다」중에서
마키아벨리가 보기에 체사레는 탁월한 군주였다. 특히 허를 찌르는 전술, 기회를 잡았을 때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단성, 우아하고 신비롭게 자신을 인식시키는 기술 등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병에 걸리는 바람에 절정기에 운명의 버림을 받았다. 특히 부친인 교황의 사망으로 맞은 권력공백에서, 체사레는 자신이 확보한 로마냐 지방을 기반으로 차기 교황 선출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적대세력이 화해를 요청하자 이들에게서 교황이 배출되는 것에 동조하였고 결국 배신당하여 철저히 파멸하고 만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마키아벨리는 ‘한 번 해를 입힌 자들은 절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전한다. ---「제7장 한번 적이 되면 끝까지 적이다」중에서
개인이든 국가든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다면 다른 능력은 무의미하다. 높은 문화수준도 최고의 경제력도 적군의 말발굽아래 짓밟히면 그것으로 끝이다. 무력은 혼란기에 권력을 획득하게 하는 핵심요인이고, 평화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권력을 뒷받침하는 기본요소이기도 하다.
외교관으로서 마키아벨리는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의 공허함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기에 군주의 군사적 역량을 더욱 강조한다. ---「제14장 무력은 때론 신성하다」중에서
마키아벨리는 신하를 “예우하고 부유하게 하며 친절을 베풀고 명예와 관직을 주는” 등 실질적 혜택과 함께 “군주 없이 홀로 설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여 군주와 신하가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갈파했다. 1976년 젠센과 맥클링이 주인·대리인 문제를 주장하기 450년 전에도 마키아벨리는 핵심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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