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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즐기는 맛있는 여행 에세이『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 이 책은 제철 별미를 지역별로 안내하는 맛있는 여행기로,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와 그 재료가 생산되는 과정, 음식을 선보이게 되는 과정(조리법)과, 한 끼 식사를 차려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행 작가이자 사진가, 와인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 손현주가 선보이는 제철 음식 여행을 떠나보자.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우리나라 각 지역의 제철 재료와 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밥상을 소개한 책. 지역의 제철 밥상에는 소박한 인심과 따뜻한 밥상, 우리나라 제철 산지의 음식, 그리고 전통을 지켜나가는 장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알고 가면 여행이 더욱 깊어진다. 저자가 여러 차례 맛보고 소개하는 음식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삶과 문화를 이해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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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쓱쓱 뒤집어 고추장과 섞고, 회를 건져 먹다가 밥을 두어 수저 말아 후루룩후루룩 퍼먹었다. 담백한 회와 밥, 고추장의 맵고 텁텁한 맛이 기교 없이 어우러지는 순수 물회다. 날씨가 더울 땐 물 대신 서걱서걱하게 간 얼음을 내준다. 얼음이 녹아가며 자박자박 적당하게 물회의 농도가 맞아 들어간다. 물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물회 초보자들은 주인 도움이 필요할 듯하다. ‘치우치지 않고 적당하다’는 것이 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요즘 식당에서 선보이는 자극적인 물회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 물회가 맛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식초를 타먹도록 배려는 하지만, 이 집에서 권하는 전통 뱃사람들의 물회는 이렇게 단순하고 수더분한 ‘고추장 물회’다. _ 1월, 경상북도 포항시(물회)
마을 중심에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있다. 농협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매장 앞쪽에 개별 박스를 만들어, 농부들이 직접 농사지은 친환경 곡식이며 야채, 말린 나물 등을 팔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했다. 농부들의 휴대전화는 마트의 CCTV와 연결되어 언제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농부들은 들판에서 일을 하다가도 자신의 매대에 물건이 떨어졌는지를 가끔 확인한다. 부족한 것은 수시로 채워 놓는다. 물건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자체 조율을 했다. 농산물 중 질 좋은 물건은 서울로 보내고, 남은 무녀리 야채는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신선도가 떨어진 것은 다시 거둬들였다. 물건 가격은 생산자 맘대로다. 그러니 같은 물건이라도 철수네와 순이네 야채의 가격이 다르다. _ 2월 충청남도 홍성군(친환경 야채밥상)
사진 좀 찍자고 그를 담벼락에 세웠더니 주먹만 안 올렸지 눈빛이 영락없는 ‘쌈닭’이다.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미는데 드세기가 그야말로 낫자루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요리하는 시인’이다. 점심에는 어머니가 맞이하는 밥 손님을 거들고, 오후 4시쯤 되면 안줏거리를 준비하여 선술집 불을 켜는 남자. 그렇다. 〈미역국에 꼭 낙지만 넣진 않는다〉고 척척 ‘앵기게’ 글을 써대는 김옥종 씨는 이종격투기 K1 선수 출신이다. ‘문학 소년’이었다고는 하지만 의리 좀 있어 보이는 인상을 보니 젊은 시절 부모님 속깨나 썩였겠다 싶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다르다. 한때 탁주 30병을 먹었던 기운을 칼과 도마에 쏟으며 난도질하듯 글로 음식을 ‘조수고(다지고)’ 있다. “시가 언제 나오더냐”는 우문을 던지자 그는 계면쩍게 웃으며 “외롭지 않고 어찌 시가 나오겠냐”고 말끝을 흐렸다. 첫사랑에 실패하고 나면 다 시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는 한 호흡에 써야 하고, 한 잔 마시고 신이 내려야 글이 나온다고 했다. (중략) 전에는 자랑 같아서 손 많이 간 얘기를 잘 안 했는데 요즘은 들으라고 버럭버럭 외친단다. “먹고 술 빨리 깨면 다 내 덕인 줄 아쇼잉. 내가 그것이 숙취에 좋다 혀서 40분간 불 앞에서 그 짓거리하고 자빠졌응게. 그걸 아능가 몰라.” 어머니가 차려내는 느낌의 식당. 5,000원짜리 백반에는 곰삭은 굴젓과 제철 나물, 생선 조림과 김 씨의 재기가 곁들여져 묘한 맛의 공식을 만들어낸다. 오후 4시까지 예약이 들어오지 않으면 아예 술 마시러 나갈 참이라는 김 씨에게 생의 치열함보다는 자유로운 감성과 낭만이 느껴진다. 좌탁에서 막 일어서는데 유쾌한 감성으로 써 벽에 붙여둔 ‘상황 인식판’이 눈길을 끈다. _ 4월 광주광역시(제철밥상)
“음식은 온도에요. 밥은 따끈해야 하고 간장게장은 차가워야 합니다. 그래서 전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지만 금방 지어 윤기가 흐르는 돌솥밥을 매번 지어 내놓습니다. 김이 폴폴 나는 밥을 게딱지에 얹어 비비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눈을 질끈 감게 하지요. 게장의 맛을 돋우기 위해 김치도 내지 않아요. 멸치육수와 게장용 간장으로 맛을 낸 싱거운 계란찜과 나물, 바로 지져낸 배추전 등만 올립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첫 맛은 밋밋할 수 있으나 씹을수록 재료의 고소함이 살아나는 것이 우리 집 밥상의 특징이에요. 저희 집 간장게장 만드는 비결요? 특별한 것은 없어요. 음식은 식재료가 좋으면 되는 거예요. 간장게장을 만드는 방식은 아주 단순합니다. 내 식구가 먹는 음식처럼 기본을 지키는 것이지요. 신선하지 못하고 뭔가를 숨겨야 할 때 양념이 강해지는 것 아닐까요.” --- 4월 고집불통 맛의 비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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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여행하며 즐기는 맛깔난 여행 에세이 안 가면 후회하고 다녀오면 또 가고 싶은 맛있는 여행
“계절마다 지역마다 다채로운 음식을 보고 있자니 음식을 주인공으로 한 재미있는 단편소설을 보는 것 같다.” _ 한복려(조선왕실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제철 별미를 지역별로 안내하는 맛있는 여행기
음식은 낯선 장소를 경험하는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또한 만족스러운 여행을 되짚어보면 그 안에는 꼭 음식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여행 작가이자 사진가,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는 지은이가 4년 만에 다시 맛있는 제철 음식 이야기를 선보인다. 《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에는 그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와, 그 재료가 생산되는 과정과, 그 음식을 선보이게 되는 과정(조리법)과, 그리고 그 한 끼 식사를 차려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은 야채와 과일이 계절 구별 없이 연중 밥상에 오릅니다. 지구 반대편의 식재료도 의심 없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골에 가면 억척스럽게 텃밭을 고집하거나 수십 년 대대로 손끝 맛을 이어 오는 토속 밥상이 아직도 건재합니다.” (프롤로그)
음식은 곧 삶의 한 부분이고, 때로는 삶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그러기에 음식은 여행의 선택 사항이 아니며, 여행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지은이는 그 지역의 밥상들을 1년 내내 찾아다니며 먹어보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지역을 지키는 그 건강한 밥상을 찾아 우리나라 전역을 1년 내내 돌아다녔습니다. 제주도와 울릉도부터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 비수구미 마을까지 돌았습니다. 모진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고 섬을 돌았지만, 마을 모퉁이에서 따끈한 밥상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촌부들은 혼자 불쑥 들어서는 절 반겨주었고 고봉밥을 내어 주었습니다.” (프롤로그)
이 책에서는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우리나라의 각 지역의 제철 재료와 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밥상을 소개한다. 지역의 제철 밥상에는 소박한 인심과 따뜻한 밥상, 우리나라 제철 산지의 음식, 그리고 전통을 지켜나가는 장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알고 가면 여행이 더욱 깊어진다. 지은이가 여러 차례 맛보고 소개하는 음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역의 삶과 문화를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놓치면 아까운 여행 루트와 함께, 인터넷이나 SNS로는 쉬이 찾기 어려운 지역 전통주를 꼼꼼하게 소개했다. 와인 칼럼니스트답게, 각 지역의 술에 대한 향과 맛을 평가하면서 어울리는 음식까지 곁들여 소개한다. 또한 지도와 함께 제공되는 맛집 지도 리스트는 지은이가 직접 가보고 소개하는 만큼 믿음이 간다. 단순히 맛있어서 맛집이 아니라 주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저자는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안에 담긴 내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전한다. 유명 Blogger들이 소개하는 천편일률적인 ‘맛집 리스트’가 식상했다면, 방송에 등장해 소란스러운 음식점을 피하고 싶다면, 남들이 가보지 않은 나만의 여행 루트를 짜고 싶다면, 《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이 제안하는 작지만 깊은 제철 밥상 여행을 떠나보자.
음식으로 기억하는 여행의 순간들, 여행의 감성들
《열두 달 계절 밥상 여행》에서 지은이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오랫동안 지역의 맛을 지켜온 맛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은이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법은 단순하다. 이 집이다 싶으면 아예 주인의 돈 통 옆에, 부엌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떻게 가게를 시작했는지, 양념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맛을 내는 비결은 무엇인지 묻고 또 새긴다. 주인들은 자신이 차려내는 밥상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경주집버섯찌개(청주시)의 임영수 씨는 45년간 버섯찌개 하나를 정갈하게 끓여내며 레시피를 자기 손에 쥐고 직접 요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해당(태안군)의 김경례 씨는 질 좋은 재료가 요리의 처음이자 끝이며, 자신의 가족이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요리한다 한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첫 맛은 밋밋할지 모르나 먹을수록 재료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살아난다고 했다. 음식을 내놓으며 스스로 미안하지 않는 게 첫 번째라며, 원래 음식은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지은이에게 되묻는다.
특히 다른 책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음식 이야기도 한 가득이다. 비수구미 오지까지 들어가 이장님의 산채 밥상까지 맛본 지은이는 치유의 밥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한 이제는 사라져가는 밥상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해발 1,000미터는 올라야 채취할 수 있는 병풍쌈부터,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명이나물, 지금은 사라져가는 대구의 팥잎무침, 허드레배추를 모아 게장 양념에 풀어 끓이는 추억의 음식 게국지, 분명 통닭집인데 닭 육회에서 삶은 계란까지 내어주는 해남군의 숨은 맛집, 전통 방식으로 된장을 만들어내는 전라남도의 된장 장인, 해안가에서 겨울에 생으로만 만날 수 있는 물메기탕, 지역에서 나는 유기농 야채로 밥상을 차리는 홍동마을, 산채밥상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부산 홍승스님의 식단까지 계절마다 맛봐야 할 음식들을 꼼꼼하고 촘촘하게 담아냈다. 심지어 지은이가 소개하는 광주의 계절 밥집에는 메뉴조차 없다. 시인이자 요리사인 김옥종 씨가 만들어내는 그날그날의 제철 백반이 그 주인공인데, 그가 쓰는 조미료조차 흥미롭다. 58년 된 탁주식초는 그가 애지중지 아끼는 보물 1호나 다름없다. 국 하나를 끓일 때도 양파를 40분씩은 덖는다며 고생담을 반찬 삼아 내어놓는 집이다. 음식 안에 해학을 담아내는 이야기는 음식 이야기 못지않게 감칠맛이 넘친다.
원래 밥상에는 술 한잔 걸쳐야 풍류가 살아나는 법. 지역 전통주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여행하면서 지역의 지역 양조장에 들러볼 것을 적극 권하는데, 작은 가게들은 유통기한이 짧은 술을 선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역 탁주들은 각 지역의 제철 밥상과도 기막히게 어울린다. 최근 술 제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들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 두루 체험해볼 수 있다. 물론 이름만으로도 지역을 호령하는 양조장을 둘러보는 재미는 덤이다.
미리 알고 가야, 더 제대로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각 지역의 제철 밥상에, 그 밥상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 그에 어울리는 술, 밥 먹고 둘러볼 만한 지역의 여행지, 고집스럽게 지역의 밥상을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혼자 가도, 가족과 함께 가도,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해도 좋은 여행이다. 음식의 기원까지 찾아 넘실대는 이야기를 곁들여진 사진과 함께 보다 보면 당장 떠나야 할 것 같다. 지은이는 지역을 지키는 그 건강한 밥상을 찾아 일 년 열두 달, 우리나라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발견한 맛의 절반은 추억이고,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고 했다.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따스하고 정성 가득한 한 상이 생각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박찬일 셰프는 다음과 같은 추천의 글을 남겼다.
“아, 이 양반은 이런 사람이구나 싶다. 별 이익도 없을 출장을 완보로 다녔구나. 책에 나온 음식과 사람들은 지은이의 생각대로 맛이 들었다. 각 계절을 놓치지 않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을 이 사람의 공이다. 글과 사진을 마음에 새기고 박게 된다. 가슴에 품어서 ‘따숩게’ 해서 먹던 먼 옛날의 밥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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