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시대의 유엔을 말하는
단 한 권의 공식 백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유엔의 수장이 되다
2007년 1월 1일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했다. 반기문, 그는 연임을 거쳐 2016년까지 10년 동안 유엔을 이끄는 수장으로 활동했다. 반 총장의 재임 기간은 유례없는 세계적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세계 각국은 세계화와 기술, 과학, 통신의 발달로 전례 없이 상호 연결되었고, 인류는 지구촌을 만들어 모두의 번영을 추구할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기회의 시기는 또한 위기의 시대이기도 했다. 상품과 사람과 지식만 국경을 쉽게 넘나들게 된 것이 아니라 질병, 무기, 불법자금, 극단주의적 선동 역시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는 인류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강제 이주를 해야 했다. 아랍의 봄(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번진 반정부 시위)이 일으킨 반향은 전 세계로 퍼졌으며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에서 분쟁과 충돌이 발생했다.
유엔 내부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었다. 유엔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에 해결 능력과 역량의 한계를 노출했으며, 유엔 깃발 아래서 활동하는 평화유지군이 성 착취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급변하는 현장 상황에 제때 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엔 조직을 현대화, 효율화하고 행정과 예산 체계를 투명하게 만들 필요도 있었다.
더 평등하고 지속가능하며 복원력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다
반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유엔을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만들고, 유엔의 주요 활동 부문을 개혁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우선 반 총장과 그의 팀들은 각국 정부의 목표이자 유엔 활동의 기본 틀이 되어주는 새천년개발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냈다. 그 결과 10억여 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고, 기아에 맞서는 단초가 마련되었으며, 많은 소녀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새천년개발목표를 설정한 2000년에는 중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안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 심화되는 불평등, 개발과 복지에 위협을 가하는 불안정한 정치 등이 그 예다. 이에 유엔은 새천년개발목표를 대체하고 차세대를 위한 지침인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수립했다.
반 총장이 특히 리더십을 발휘한 분야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일이었다. 그 결실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의 성공적인 체결이었다. 기후변화협약은 매우 시급한 일이지만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불신이 가장 큰 이유였다. 주요 배출국들이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합의할지의 여부도 걸림돌이었다. 반 총장은 최악의 기후 피해가 발생한 많은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세계 정상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하여 파리협약을 체결시켰다. 2016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175개국이 이 협약에 서명함으로써 하루 만에 최다 서명을 한 세계 협약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다
반 총장의 임기에 유엔은 유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전 세계의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고 폭력적 극단주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이 일으킨 반향은 전 지구로 퍼져나가면서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에서 불안과 분쟁을 조성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새롭게 발생한 지정학적 경쟁은 분열을 일으켰다. 전 세계를 누비는 테러단체의 증가로 많은 나라에서 두려움이 증폭되었고, 국수주의적이고 분열적인 선동이 난무했으며, 사회적 결속력이 위협받게 되었다. 특히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되면서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으며, 생물무기의 사용 가능성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었다. 이에 유엔은 평화유지활동국을 2개의 기관으로 분리해 현장지원국을 신설했다. 이런 조치는 갈수록 위험해지는 작전 환경에 더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에 유엔은 핵무기, 재래 무기, 소형무기와 관련한 군비 축소와 핵 확산 방지 의제를 세우고 실천해나갔다.
인권 향상을 위한 반 총장의 노력은 인권최우선 정책에서 증명되었다. 스리랑카 내전의 마지막 단계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되었는데, 유엔은 이 사태를 막지 못했다. 이 경험이 인권최우선 정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반 총장은 유엔 대표들에게 인권을 침해당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목격하면 분명히 대처해 나갈 것을 요구했다. 유엔 내부의 문제도 있었다.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평화유지군과 일부 유엔 직원들이 현지에서 성 착취 및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반 총장은 이러한 부도덕한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직원들에 대한 불관용 정책과 처벌 원칙을 여러 번 강조했다.
반 총장이 특별히 관심을 보인 또 다른 부문은 여성과 청년의 권리 신장이었다. 이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유엔 여성기구를 발족시켰고 청년 담당 특사를 최초로 임명했다. 특히 유엔 조직의 고위직 인사 임명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했다. 반 총장 취임 당시에 평화 활동 책임자급 자리에 여성이 1명도 없었지만 현재는 1/4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엔 고위직 여성 비율은 2006년 37.3퍼센트에서 현재 40.4퍼센트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 나은 유엔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반 총장은 유엔에 입성했을 때 유엔의 행정과 예산 체계 때문에 직원들의 활동이 좌절되곤 하는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임기 10년에 걸쳐 유엔 체제를 투명하고 책임감 있고 효율성 있게 만들기 위해 개혁을 시작했다. 회계 기준을 국제공공회계기준에 맞추고, 세계적 서비스 모델을 적용하며, 직원 배치를 체계화했다. 이 모든 개혁은 유엔으로 하여금 빨리 변하는 세상에 대응하여 더 많은 활동 영역, 더 많은 장소, 더 힘겨운 환경에서 임무를 다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과거에는 유엔의 사명이 국가 간 분쟁을 방지하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인류가 난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국가 간 체제를 강화하는 일이 되었다. 유엔은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의 필요를 충족하는 국가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엔 회원국들과 옵저버 국가들,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 학계, 그리고 세계인들의 공동 목표의식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2017년 새로 취임한 사무총장과 그의 팀들을 위해 쓰였다. 동시에 유엔과 협력하는 각국 정부기관과 기업, NGO, 시민단체, 또 현재 국제무대를 누비는 활동가들과 미래를 꿈꾸는 예비 활동가들, 그리고 세계 흐름을 읽고자 하는 일반 독자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이자 필수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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