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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인문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문화재 기자와 함께 읽는 초상화 속 흥미로운 한국사 [ 반양장, 개정증보판 ] / 매일경제신문(매경출판)

by It works 2020. 3. 28.






 

대한민국을 패닉에 빠뜨릴, 회색 코뿔소가 온다!

코뿔소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동물이다. 몸집이 큰 데다 엄청나게 무겁기 때문에 빨리 뛸 때에는 땅이 진동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코뿔소가 달려온다면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그럼에도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면 머리가 하얘지는 공포감 때문에 딱딱하게 몸이 굳는 일이 발생한다. 위기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꼼짝 못하고 있는 상황, 그게 회색 코뿔소다.

피크 쇼크가 회색 코뿔소와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는 요란한 경보음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어쩌면 대응을 막연히 미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기가 닥치는 시기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크 쇼크는 먼 훗날 벌어질 딴 세상의 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피크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




프롤로그: 피크 쇼크가 온다

제1부 피크 시대
피크 카 시대 / 석유 권력의 붕괴, 피크 오일 / 조선·항공·해운 구조조정, 이동이 줄어든다 / 피크 카 뒤에 자리한 S(공유)·E(전동화) 혁신 / 피크 유스의 충격, 글로벌 인구 구조가 바뀐다

제2부 대변혁
플랫폼 괴물의 파괴적 혁신 / 글로벌 네오 유니콘의 출현 / 몰락하는 100년 기업 / 다윗처럼 민첩하게, 파괴적 혁신자로 나선 골리앗들 / 삼성전자의 돌격, 가열되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 / 차세대 디스플레이 대변혁 / 부활 노리는 사무라이 재팬 / 선전의 꿈, 중국 화웨이 / 피크 시대, 변신하는 글로벌 기업 리더십 / (강연) 혁신은 기술보다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제3부 승부처
모빌리티, 방향은 하나 / 사람 없는 운전, 사람 없는 공장 / 사물인터넷에서 사물지능으로 / 빅데이터, 새로운 독점 시대가 열린다 / (강연) 전자 회로 다루듯 뇌 회로를 다뤄 뇌 질환을 진단한다 / 로봇, 마지막 남은 미래 먹거리

에필로그: 마주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CES 2020 리뷰: 기술을 담은 신제품 공급의 시대가 왔다


저 자 : 매일경제신문사 산업부
ㆍ이진우 산업부장 1995년 매일경제에 입사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취재 현장에서 목도, 기록했다. 워싱턴특파원, 경제부장, 증권부장을 거쳤다.
ㆍ황형규 부장대우 1999년 매일경제에 입사 경제부, 증권부, 도쿄특파원을 거쳐 산업부 부장대우로 재직 중이다.
ㆍ김규식 차장 2000년 매일경제에 입사 경제부, 금융부, 국제부 등을 거쳐 산업부에서 전자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ㆍ한예경 차장 2001년 매일경제에 입사해 금융부, 경제부, 유럽 순회특파원 등을 거쳐 산업부에서 재계 기업경영팀을 담당하고 있다.
ㆍ노현 차장 2002년 매일경제에 입사해 금융부, 중소기업부, 증권부 등을 거쳐 산업부에서 항공·조선·해운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ㆍ강계만 차장 2002년 한화증권 선물옵션팀을 거쳐 2003년 매일경제에 입사했다. 증권부, 경제부, 사회부, 정치부 등을 거쳐 산업부에서 자동차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ㆍ원호섭 기자 2008년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 2010년 동아사이언스를 거쳐 2012년 매일경제에 입사했다. 과학기술부 등을 거쳐 산업부에서 석유화학·에너지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ㆍ전경운 기자 2010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을 거쳐 2011년 매일경제에 입사했다. 산업부에서 전자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ㆍ이종혁 기자 2012년 서울경제 국제부, 산업부, 사회부를 거쳐 2019년 매일경제에 입사했다. 산업부에서 자동차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과 공유형 모빌리티 산업의 급속한 진전은 이러한 사회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핵심 기술을 제공했다. 차는 이제 소유가 아니라 공유라는 인식이 급속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버나 그랩을 타고 다니면 되지 촌스럽게 차를 왜 사느냐”, “굳이 시간과 돈을 들이며 왜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하느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산업 발전이 더뎌 개인 소유의 차가 선진국에 비해 많지 않은 신흥 시장이나 프론티어 시장에서는 차 소유 시대를 건너뛰고, 곧장 공유 시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마치 통신망 구축이 늦어진 나라가 유선 전화 시대를 건너뛰고, 무선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피크 카 쇼크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닥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진다.
--- 「피크 카 시대」 중에서

시기에 대한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최근 발표되는 에너지 수급 전망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석유 매장량에 상관없이 글로벌 석유 수요는 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른바 ‘피크 오일’ 시대의 도래다. 최근 이야기하는 피크 오일은 1970년대 등장한 ‘석유 매장량 감소’와는 의미가 다르다. 당시 피크 오일은 석유 매장량이 줄면서 유가가 오른다는 뜻이었다면 지금은 매장량은 충분하지만 수요가 정점을 찍는, 다시 말해 석유의 사용량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석유가 갖고 있는 ‘힘’ 또한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 「석유 권력의 붕괴, 피크 오일」 중에서

“금요일 아침 7시, 샤오미 인공지능 스피커가 단잠을 깨웁니다. 그 다음 위챗 메신저로 간밤에 쌓인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오전 7시45분. 디디추싱(滴滴出行) 애플리케이션을 켜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사무실까지 절 데려다 줄 택시를 호출하지요. 호출한 뒤 10분이면 차가 오고, 지각할 염려도 없이 늘 정해진 시간에 출근합
니다.”
2019년 4월15일 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폭스바겐의 밤’ 행사에서 첸 징 폭스바겐그룹차이나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자신의 금요일 일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스스로를 중국의 평범한 30대 청년이라 밝힌 첸 매니저는 중국 인구의 38%를 차지하는 5억 3,000만 명의 2030 청년들이 호출형 택시 디디추싱을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밤 행사에 모인 전 세계 취재진은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직원에게도, 중국의 여느 청년에게도 디디추싱으로 대표되는 공유 모빌리티 혁명이 깊숙이 뿌리내렸음을 새삼 목격했다.
--- 「피크 카 뒤에 자리한 S(공유)·E(전동화) 혁신」 중에서

전문가들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물론, 온라인 유통 기업이 피크 시대(Decade of Peak)를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이 필수라고 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처럼 각각의 유통 채널을 분리할 게 아니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찾거나, 온라인 구매 물건에 대한 교환·환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 모두 옴니채널의 사례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R)이 2015~2016년 4만 6,000여 명의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만 이용한 조사 대상은 전체의 20%, 온라인만 이용한 비율은 7%였다. 나머지 73%는 여러 채널을 함께 활용해 소비했다.
--- 「몰락하는 100년 기업」 중에서

인구학적 관점을 경제학에 도입시켜보면 크게 세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나이 든 소비자들을 위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2019년 미국 타깃 광고 시장에서 65세 이상 은퇴자를 타깃으로 하는 광고는 전체 광고 물량의 5%가 안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베이비붐 세대가 시장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들이 돈을 가진 세대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인구론적 관점에서 향후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세대는 Z세대다. 현재 10대나 그 이하를 의미한다. 지금은 다들 밀레니얼이 중요한 세대라고들 하지만 만 20~39세를 뜻하는 밀레니얼들도 이제 20년 후면 모두 60대에 진입한다. 그러다 보니 향후 10년간 소비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미래의 소비 세대를 찾자면 Z세대를
꼽는 게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이머징 마켓의 중산층은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이후는 중산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1만 년 전 인류가 농경 문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대부분이 가난하지 않은 사회, 즉 중산층이 가장 두터운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1초마다 5명씩 중산층에 진입하는 사회가 온다는 예측이다.
--- 「피크 유스의 충격, 글로벌 인구 구조가 바뀐다」 중에서

비디오테이프 연체료 때문에 화가 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리드 헤이스팅스.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빌려 봤다가 무려 40달러를 연체료로 냈던 그는 ‘차라리 한 달에 30~40달러를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비디오테이프를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에 옮긴다. 1998년 넷플릭스의 출발이었다.
당시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는 게 상식인 시대였다. 시장에는 비디오테이프 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블록버스터’라는 절대 강자도 있었다. 블록버스터는 25개국에 9,000개 매장을 두고 4,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초대형 비디오 대여점이었다. 연매출은 60억 달러,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거대 공룡을 신생 기업인 넷플릭스가 무너뜨릴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12년 뒤 블록버스터는 파산 신청 후 매각됐다.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 사례는 성경에 등장하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의 기업판이자, 기업 흥망사에 있어 일종의 ‘클리셰’다.
--- 「글로벌 네오 유니콘의 출현」 중에서

[매일경제]가 단어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5대 그룹 현 총수들의 올해 주요 발언 1만 3,000여 자와 전 세대 총수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수년간의 주요 공식 발언 2만 3,800여 자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80여 개의 경영·리더십 관련 키워드들을 추려내 발언 빈도를 비교한 결과 세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점들이 발견됐다.
우선 현 총수들이 가장 자주 언급한 키워드는 ‘미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식 발언 가운데 ‘변화’, ‘혁신’, ‘21세기’ 등 미래 관련 키워드 언급 비중은 무려 31.2%에 달했다. 현 총수의 부친 세대에 비해서도 미래 관련 언급은 크게 늘었다. 피크 쇼크로 인한 주력 산업 정체와 모빌리티, 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혁명 진입에 따른 불확실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파운드리,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먹거리 관련 키워드(12.8%)도 적지 않았다. 투자, 신사업 등 성장 추구 관련 키워드와 달성, 정열, 집중, 정신 등 의지·성과주의 관련 키워드 언급 비중이 높았던 전 세대 총수와는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 「피크 시대, 변신하는 글로벌 기업 리더십」 중에서


이미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피크 쇼크

“매일 시장이 두 배로 커지고 방향이 바뀌는 상황에서 ‘내일’은 이미 늦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오늘 당장 실행에 돌입하라!” (_샌디 카터 아마존웹서비스 부사장)

‘피크’라는 접두사가 붙은 말은 이미 해외 자료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다. 피크 오일(Peak Oil, 석유 수요 정점), 피크 카(Peak Car, 차 생산 정점), 피크 유스(Peak Youth, 젊은 인구 정점), 피크 스틸(Peak Steel, 철강재 생산 정점) 등의 말이 외국에선 평범한 단어처럼 쓰인다. 전문가들은 대략 10~20년 안에 석유,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는 피크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피크 쇼크의 핵심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수요 감소다. 수요가 쪼그라들면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심해진다. 심지어 경쟁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파괴적인 갈등과 충돌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이런 갈등과 충돌은 종종 국가 및 사회 시스템을 바꿔놓기도 한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개인과 기업, 조직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고생문이 훤히 열린 격이다. 여기까지는 전 지구적인 공통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에선 몇 가지 특별한 사정이 덧붙여진다. 앞뒤 안 맞는 경제 정책과 정치권의 포퓰리즘(Populism) 탓에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수출이 줄어드는 악조건이 먼저 형성된 것이다. 잘못된 대응으로 피크 쇼크를 스스로 앞당기고 있는 셈이다.

피크 쇼크를 이겨낼 세 가지 대안

“경쟁 사회에서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차가 안 올 수도 있다!”(_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구체적으로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해보자면 이렇다.

첫째, 정부는 산업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 중규모 개방 경제 국가인 한국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

둘째, 정부의 시장 개입 원칙을 분명히 하고 과감한 경쟁 촉진 정책을 펼쳐야 한다. 경쟁을 촉진시키기는커녕 정부가 규제나 간섭 등을 통해 경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경쟁의 낙오자를 챙기는 따뜻한 자세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평등주의, 온정주의를 앞세워 혁신을 방해하는 행위는 백해무익이다. 특히 약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노조 등의 기득권을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행태는 반드시 혁파돼야 한다.

세 번째는 근거가 모호한 반(反) 기업 정서를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기업하기 정말 피곤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각종 규제와 인건비 등 비용 상승도 큰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을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사소한 잘못도 가중 처벌하는 분위기가 굳어져 있다. 일자리와 혁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글로벌 기업, 기술 전쟁의 주전 선수는 대기업일 수밖에 없다. 산업 생태계의 주춧돌과 기둥이 대기업이다. 이런 대기업을 제껴 놓고 피크 쇼크 대응을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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